푸딩맛 쓰레기통
[드래곤 브리딩] 로그 넷 본문
20150905
셸의 등에 타고 있으면 안락한 기분이 든다. 하얗고 노란 갈기는 가늘지만 튼튼한 실과 같아, 기분 좋게 얼굴을 간질인다. 바람에 그는 유연한 몸으로 유선을 그리며 날았다.
대륙은 광활하다. 대륙 위의 하늘도 마찬가지다. 셸과 나는 하늘을 나아가며, 혹은 한 자리에 머물며 대지와 하늘을 바라본다. 서늘한 새벽 공기와 저녁 놀의 공기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 장소 안에서도 이리 다양한 변화가 있으니, 그저 떠도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 보았다 할 수 있을까.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넓고 아름다움에 틀림 없다.
나의 어린 드래곤 친구는 제 눈동자에 무엇을 담아내고 있을까? 감탄이 지나친 탓일까, 그는 여행을 하면서 자주 탄식하고는 했다. 나는 셸을 보면서 웃었다. 그는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아이였지만, 천성이 상냥했다. 자신이 느낀 감상, 감정을 그냥 흘러내리게 두는 아이가 아니였다. 계속해서 곱씹으며 눈빛 속에 담아두었다. 그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자신을 더 나은 모습으로 가꿀 것이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현자의 정원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
인간의 도시에서 이렇게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도 있잖아요. 셸은 닭튀김을 씹으며 말했다.
나는 마늘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간장에 졸여 튀긴 듯한 마늘이 맛있었다. 도시의 야시장은 붉은색, 녹색, 흰색 등불로 빛이 났다.
"맛있다! 나도 이런 여행은 처음인데. 재밌네요."
"정원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쇠로 된 열기구를 닮은 비행선이나, 사람들이 모여 북적대는 시장, 사는 마을.... 아,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는 건 못 들었는데."
"그건 그렇죠."
"셸. 앞으로도 많은 걸 볼테지요..... 하지만 의연해질 필요가 있어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왜 불행한가, 혹시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인가, 이런 의문은 갖지 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요. 당신은 나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겠지만.. 그럼에도 한계는 어느 순간 닥칠 거예요."
"전 말이죠, 당신이 어떤지 걱정할 권리가 있답니다. 정 그렇다면 말이라도 들어봐요."
"셸의 생각에 늘 간섭할 수는 없어요. 멍청한 짓이란 건 나도 알구요. 그냥... 소소한 도움이라도 나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당신을 소중히 하는 거죠. 스스로를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빛으로 여긴다면, 빛을 잃지 않게 자신을 돌보라는 얘기예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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